우크라이나를 여행할 때 많은 이들이 리비우(Lviv), 키이우(Kyiv), 오데사(Odesa) 같은 유명 도시를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조용하고 진정성 있는 문화적 경험을 찾는 여행자라면, 자포리자 주에 위치한 바실리우카(Vasylivka)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드니프로 강변에 자리한 이 작은 도시는 규모는 작지만, 감탄을 자아내는 건축물과 풍부한 역사적 배경, 그리고 고요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보석 같은 곳입니다. 19세기 러시아 제국 시대에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바실리우카는 지금도 황금기 시대의 흔적을 곳곳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골목을 걷다 보면 낡은 저택과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여행자들을 과거로 이끕니다. 인파와 소음에서 벗어나, 진짜 우크라이나의 얼굴을 마주하고 싶은 분들에게 바실리우카는 잊지 못할 여정을 선사합니다. 이제 바실리우카에서 꼭 방문해야 할 주요 명소 3곳과 그에 얽힌 역사를 소개합니다.
1. 바실리우카 포포프 저택
포포프 저택(Popov Manor House)은 바실리우카를 대표하는 역사적 건축물로, 마치 잊혀진 성처럼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19세기말 러시아 귀족 바실리 포포프에 의해 지어진 이 저택은 당시 유럽의 신고딕 양식을 반영한 독특한 건축미로 눈길을 끕니다. 본래는 귀족 가문의 거처이자 지역의 문화 중심지였지만, 소련 시대를 거치며 방치되고, 이후 전쟁과 세월의 흐름 속에서 많이 훼손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공간은 복원되어 현재 작은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포포프 가문의 역사와 바실리우카 지역의 시대적 배경을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벽돌로 정교하게 지어진 외벽과 탑, 그리고 남아 있는 도서관과 마구간 등은 당시의 장엄함을 느끼게 해 줍니다. 여행자들에게 이곳은 마치 멈춰버린 시간 속을 걷는 듯한 경험을 선사하며, 바실리우카가 간직한 문화적 깊이와 잊혀진 영광을 되새기게 합니다.
2. 드니프로 강변 풍경
바실리우카의 드니프로 강변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로 여행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넓고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은 마치 시간의 흐름을 늦추는 듯한 여유를 주며, 사색과 휴식에 안성맞춤인 공간입니다. 과거 이 강은 무역과 문화 교류의 중심이었지만, 현재 바실리우카에서는 일상의 일부로 정착해 있습니다. 강변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와 나무 그늘 아래 벤치, 낚시를 즐기는 지역 주민들의 모습은 소박하고도 정겨운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일출과 일몰 시간의 하늘과 물빛은 환상적이며, 사진보다도 마음에 더 오래 남습니다. 이곳은 관광객을 위한 장소라기보다, 진짜 삶과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을 정리하고 싶은 이들에게 깊은 평온을 선물합니다. 드니프로 강은 단순한 풍경이 아닌, 바실리우카라는 도시의 정체성과 감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살아 있는 배경입니다.
3. 소련의 흔적과 저항의 메시지
바실리우카에는 소련 시대의 흔적이 여전히 곳곳에 남아 있어, 도시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과거와 마주하게 됩니다. 오래된 행정 건물과 붉은 벽돌의 공장, 제2차 세계대전 참전 군인을 기리는 기념비 등은 이 지역이 겪은 역사와 체제를 상징합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특히 2022년 이후 전쟁의 여파로 이 도시는 다시 한번 역사적 전환점에 서게 되었습니다. 거리의 벽화에는 우크라이나의 국기와 상징이 그려지고,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국기를 내걸며 저항의 의지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 소련의 집단적 상징과 현재 우크라이나의 독립된 정체성이 교차하는 강렬한 대비를 만들어냅니다. 여행자는 이 도시의 풍경을 통해 단순한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현재도 진행 중인 역사와 시민들의 강인한 정신을 직접 느낄 수 있습니다. 바실리우카는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라, 살아 있는 저항과 회복의 장소입니다.
바실리우카는 화려하지 않습니다. 관광객이 붐비지도 않고, 잘 정비된 관광 코스도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진짜 우크라이나의 시간, 공간, 그리고 사람들이 살아 있습니다. 포포프 저택의 묵직한 건축미, 드니프로 강변의 잔잔함, 그리고 벽화 속에 담긴 저항의 흔적까지,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깊은 여운을 남기는 여행지가 됩니다. 화려한 인스타용 여행지가 아닌, 나만의 감정을 정리하고, 우크라이나의 복잡한 역사와 현실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행을 원한다면, 바실리우카는 가장 훌륭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호기심과 열린 마음만 챙겨 오세요. 그러면 이 도시는 당신만의 속도로, 조용히 이야기를 들려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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