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리카 레페티카 전통 시장, 드니프로 강변 산책로, 소련 시대 전쟁 기념비

우크라이나 여행을 떠올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키이우(Kyiv), 리비우(Lviv), 오데사(Odesa) 같은 대도시를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짜 우크라이나의 깊은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벨리카 레페티카(Velyka Lepetykha)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소도시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드니프로 강 좌안에 자리한 이 작은 마을은 조용하면서도 풍부한 역사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여행자만의 보석 같은 곳입니다. 벨리카 레페티카는 흔한 여행 가이드북에는 잘 소개되지 않지만, 바로 그 점이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듭니다. 관광객이 많지 않은 곳에서 진짜 ‘현지의 삶’을 엿볼 수 있다는 것. 이곳은 건축물과 강물, 그리고 사람들의 표정 속에서 과거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려줍니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여행자든, 평화를 찾는 여행자든, 벨리카 레페티카는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장소입니다. 지금부터 이 마을을 방문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봐야 할 대표 명소와 역사적인 요소 Top 3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1. 벨리카 레페티카 전통 시장

벨리카 레페티카의 전통 시장은 이 마을의 일상과 문화를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매주 열리는 이 시장은 단순한 물건 거래를 넘어, 지역 주민들의 삶과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살아 있는 박물관’과도 같다. 이곳에서는 집에서 직접 만든 치즈와 꿀, 정성껏 절인 피클, 손으로 수놓은 자수 제품 등 진정한 수공예와 농산물들을 마주할 수 있다. 시장은 화려하진 않지만, 그 소박함 속에 깊은 따뜻함이 있다. 상인들은 대부분 현지인들로, 여행자가 다가가면 반가운 얼굴로 인사하며 자신들의 상품뿐 아니라 이야기도 함께 나눈다. 한 병의 꿀이 어떻게 채취되었는지, 어느 계절에 가장 맛있는지에 대한 설명까지 곁들여진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히 쇼핑을 넘어, 우크라이나의 전통적인 환대 문화인 ‘호스피탈니스트(hospytalnist)’를 직접 체험하는 순간이 된다. 이 전통 시장은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이어주는 소중한 장소이며, 여행자에게는 우크라이나의 진짜 얼굴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된다.

2. 드니프로 강변 산책로

벨리카 레페티카의 드니프로 강변 산책로는 이 작은 마을의 상징적인 장소이자, 여행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명소다. 유럽에서 가장 길고 중요한 강 중 하나인 드니프로 강은 이 지역의 삶과 역사를 함께 흘러온 존재다. 이곳의 산책로는 단순한 길이 아니라, 마치 시간의 흐름 속을 걷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강을 따라 조용히 걷다 보면, 어디선가 들려오는 물소리와 바람 소리에 마음이 자연스럽게 차분해지고, 강 너머로 떠오르는 해는 이른 아침에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낸다. 특히 해질녘 강가에 앉아 있으면, 그 풍경은 단순한 자연이 아니라 과거를 지켜보던 누군가의 시선처럼 느껴진다. 과거 소련 시대에는 수력 발전소와 댐 건설로 인해 이 지역이 발전했고, 그 중심에 항상 강이 있었다. 오늘날 강변은 주민들의 휴식처이자 삶의 일부로, 낚시하는 노인, 산책하는 가족들,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이 어우러져 정겨운 풍경을 만든다. 이 산책로는 관광지라기보다, 강을 따라 살아온 마을 사람들의 삶이 스며든 공간이며, 그 속을 걷는 것만으로도 우크라이나의 오랜 이야기와 만날 수 있다.

3. 소련 시대 전쟁 기념비

벨리카 레페티카의 소련 시대 전쟁 기념비는 이 마을이 지나온 격동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장소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 지역은 독일군의 점령과 소련군의 반격이 격돌한 치열한 전장이었으며,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고 삶의 터전을 잃었다. 마을 중심에 세워진 전쟁 기념비는 총을 든 병사의 동상과 함께 전사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 벽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이름 하나하나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실제로 이곳에 살았던 이들의 가족사이고 공동체의 슬픔이며 동시에 자부심이다. 기념비 주변은 지금도 잘 정비되어 있고, 종종 현지 학생들이 꽃을 놓거나 지역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이처럼 전쟁 기념비는 과거의 아픔을 기억하는 동시에, 현재 세대에게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공간이다. 특히 최근 러시아와의 갈등 속에서, 이 기념비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과거의 희생이 현재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교육의 장이자, 회복과 존엄의 상징이다. 조용히 이 기념비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여행자는 한 마을이 견뎌온 역사의 무게와 그 안에서 피어난 회복의 힘을 깊이 느낄 수 있다.

벨리카 레페티카에는 화려한 건물이나 대형 박물관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마을은 진짜 우크라이나의 삶과 역사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장소입니다. 강변을 걷고, 기념비 앞에 서고, 시장에서 현지인들과 웃음을 나누는 그 모든 순간들이 잊지 못할 여정이 됩니다. 이곳은 여행 코스에 표시된 ‘명소’를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느끼고 발견하는 여정입니다. 삶의 속도를 늦추고, 사람들과 연결되고, 조용히 내면을 돌아보는 여행. 그것이 벨리카 레페티카가 주는 진짜 매력입니다. 우크라이나를 깊이 있게 여행하고 싶다면, 지도에서 살짝 벗어나 벨리카 레페티카에 들러보세요. 진짜 우크라이나는 어쩌면 바로 이런 조용한 마을 속에 있을지도 모릅니다.